얼마만인가. 한때는 영화를 보고 영화에서 파생된 감정과 사유들을 풀어놓는 것에서 꽤나 보람을 느끼곤 했는데. 비록 어디 내놓기에는 민망한 울퉁불퉁한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경유하여 글을 쓸 때 찾아오는 희열이 있었다.

 영상번역을 밥벌이로 하면서부터 영화라는 매체가 때로 견딜 수 없이 피로했고, 쉬면서까지 영상을 깊이 들여다 보고 싶지 않았다. 점차 영화는, 오래 만나 권태롭지만 그렇다고 헤어지지는 못하는 애증의 연인 같은 존재가 되어갔다.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내심 이 순간을 기다렸다. 손이 근질근질해서 도저히 못 참겠다, 결국 다시 영화에 관한 리뷰를 쓰게 될 순간을.

Posted by 바라의낙타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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