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뚱하게도,
"그 때에 나는 이상하게도 언젠가 꿈에서 본 사막을 생각하고 있었다.
살풍경한 한 그루의 선인장이 있는 추운 겨울의 사막
먹구름이 비를 내려도 비옥해지지 않는 사막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는 모래흙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맥주
<Martin & John, 박희정> "
그리고 나는 언젠가 저 공간에 당도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홀로
**
을 닮아가고 있다
무수한 실수들을 연발하며 중심으로부터 멀어진채 궤도를 잃고 떠도는 위성처럼,
어떤 중심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존재 자체가 거창한 실수인
이상한 사람
***
무척 마음에 드는 서평
7월 3일자, 한겨레
‘나도 우주다’ 얼마나 멋진 상상인가 | |
내인생의 책 /〈우주의 구멍〉 K. C. 콜 지음·김희봉 옮김/해냄.1만5000원
대학교 4학년 늦가을이었다. 수업을 빼먹고 교정을 마구 돌아다녔다. 물든 잎은 자꾸 떨어지고, 다홍색 바람이 불고, 눈부신 태양은 하늘에 장난을 치며 자꾸 서쪽으로 달아나는데, 수업을 듣는 사이 그 모든 게 사라질까봐 교실로 들어갈 수 없었다. 시디플레이어 건전지가 없어 귀를 열어놓았더니 취업이나 토익이나 시험 같은 말이 쏙쏙 들어왔다. 아주 중요하고도 어려운 준비로 바쁜 이들 틈에서 시끄럽게 굴면 안 될 것 같아 나는 먼지처럼 소리 없이 걷고 숨 쉬려고 애썼지만, 곧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차피 나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니까. 숫자로 따지면 0에 가까운 존재고, 메워야 할 구멍 같은 존재니까.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으면서 모든 준비를 마친 사람처럼 여유만만했다. 왜냐면, 꿈이 없었으니까. 좋아하는 것을 꿈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 내 안엔 희망이나 미래 같은 것만 잡아먹는 걸신이 살고 있어서, 그런 생각은 할 수도 품을 수도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