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아침 일찍 수영을 하러갔다.
수영장에 들어가자마자 짧은 탄성이 나왔다.

아무도 없었다.

햇살만이 유리창을 비집고 들어와 긴 발을 담그고 있을 뿐.

 황금시간대를 골라온 것을 뿌듯해하며 물에 몸을 담그자 온 몸의 피가 새롭게 도는 것을 느꼈다.몇 바퀴의 자유형이 지루해지고, 혼자 있단 생각에 슬슬 나태해질 때 즈음, 햇살이 만든 수영장 바닥의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물안경을 쓰고 내려다봤을 때 두번째로 짧은 탄성이 새어나왔다.

무지개 물결이 흐르고 있었다. 어찌보면 해변 모래사장의 아스러지는 파도 같기도 한.
어렸을 적 무척이나 사랑하던 '그 바닷가'로 되돌아갔다.

 잠시나마,
현지 담빈 준모와 손을 잡고 파도와 부대끼던 그곳으로.
갈매기가 끼룩거리고 눈부신 햇빛에 반짝이는 표면을 가진, 바다.

 곧이어 '결'들은 변형과정을 거쳤다. 책에서나 본 적이 있는 북극의 오로라가 넘실대고 있었다. 난 깊이 잠수를 해서 오로라 주위를 맴돌았다. 오로라는 생물시간 현미경으로 관찰하던 세포조직이 되었다. 붕어, 아메바 혹은 플라나리아.. 어떤 생물체의 세포였을 그것.
몽글몽글 떠다니다, 나의 발가락을 슬쩍 간지럽힌다.

 

 우리가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는 것을은 단지 '일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시각은 무수히 많은 왜곡과 착각을 자행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불완전한 도구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지나치거나 보지 못하는 그것들은 어쩌면 영원히 열지 못할지도 모를 현상 이면의 세계, 현실 너머의 세계로 가기 위한 열쇠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너무나 많다.

Posted by 바라의낙타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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