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와 노인은 닮은 구석이 있다. 변덕스럽고 잘 삐지며, 고집이 세다. 백발이 성성한 줄리앙은 9살의 주근깨 소녀 엘자가 툭툭 내던지는 한 마디에 버럭 화를 내고, 엘자는 산행 중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며 퉁퉁거린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이내 곧 다정스럽게 말을 주고 받는 둘. 노인과 아이가 여행을 떠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잘 어울리는 한 쌍인 이 둘은 멸종됐다고 알려진 나비 '이자벨'을 찾으러 배낭을 꾸린다. 어쩌면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나비를 찾으러 가는 여행을 통해 노인과 아이는 나비도 찾고 남다른 우정도 쌓게 된다는 것.
영화는 이러한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풍경을 소담스럽게 담아낸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어미와 새끼 사슴은 '달력'에서나 본 듯한 생경한 모습으로 엘자와 줄리앙을 숨죽이게 하고, 나무를 흔들자 나비 유충들이 후두두둑 떨어진다. 이렇게 훼손되지 않은 싱그러운 자연을 담아내는 영화는 나비에 유독 애착을 보이는 줄리앙의 과거와 비혼모 엄마를 둔 엘자의 외로운 현재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