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와 노인은 닮은 구석이 있다. 변덕스럽고 잘 삐지며, 고집이 세다. 백발이 성성한 줄리앙은 9살의 주근깨 소녀 엘자가 툭툭 내던지는 한 마디에 버럭 화를 내고, 엘자는 산행 중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며 퉁퉁거린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이내 곧 다정스럽게 말을 주고 받는 둘. 노인과 아이가 여행을 떠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잘 어울리는 한 쌍인 이 둘은 멸종됐다고 알려진 나비 '이자벨'을 찾으러 배낭을 꾸린다. 어쩌면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나비를 찾으러 가는 여행을 통해 노인과 아이는 나비도 찾고 남다른 우정도 쌓게 된다는 것.  

 영화는 이러한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풍경을 소담스럽게 담아낸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어미와 새끼 사슴은 '달력'에서나 본 듯한 생경한 모습으로 엘자와 줄리앙을 숨죽이게 하고, 나무를 흔들자 나비 유충들이 후두두둑 떨어진다. 이렇게 훼손되지 않은 싱그러운 자연을 담아내는 영화는 나비에 유독 애착을 보이는 줄리앙의 과거와 비혼모 엄마를 둔 엘자의 외로운 현재도 드러낸다.
 




 플롯은 단순하다. 그토록 찾아헤매던 나비가 사실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설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파랑새'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엘자의 가출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엘자 엄마의 모습 또한 조금 진부하다. 아이의 애정결핍이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엘자의 엄마에게 줄리앙이 하는 말 또한 그리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뻔하다 싶을 만큼 평범하다. 줄리앙이 인정하듯, 사랑을 표현하는 일은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쉽게 실천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엘자의 고독에 비해 비혼모인 엄마의 만만치 않을 삶은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운 면도 있다. 누군들 자식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을까. 하고 싶어도 마음만큼 하지 못하는,'비혼모'로 살아가야하는 냉정한 현실이 미울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잠시 접어두고 편하게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신경을 써서 영화에 녹여낸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각양각색의 나비들을 구경할 수 있는 특혜에, 프랑스의 울창하고 외진 숲을 마음껏 관람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무엇보다도, 쉬지 않고 조잘거리는 엘자는 매력 만점의 꼬마. 9살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만큼 조숙한 말로 관객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에서 흘러나오는 엘자와 줄리앙이 직접 부른 '왜' 송은 극장을 나와도 오래도록 귀에 남는다. 우리도 엘자 만할 때 부모님께 '왜 사람은 죽어요?' '왜 번개는 쳐요?' '왜 지옥과 천국이 있어요?' 라면서 '왜' 로 시작되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댔었다. 낯선 질문들이 아니다. 현문에 현답하는 노인과 아이의 듀엣은 영화의 백미이다.

Posted by 바라의낙타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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