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매싱 펌킨즈 공연을 보고 다시금 깨달은거지만, 확실히 나는 얼터너티브 락이 좋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거의 모든 희로애락을 그 안에서 표현했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얼터너티브를 듣고 자랐다고 해도, 지구상의 많은 락필(rock-phile)처럼 락 스피릿이 세상에 충만했던 60~70년대를 그리워하는 것 또한 당연할지도 모른다. 우리들에게 그 시대는 다시는 오지 않을 찬란한 '벨 에포크(La belle époque)'니까. 

 그렇다해도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그 시대에 이토록 집착하는건 좀 이상하다. 아무래도 전생의 나는 1969년의 우드스탁에서 흥분하여 호수에 뛰어들었지만 불행히도 수영은 하지 못해 운명을 달리한 청년이거나 환각의 향연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약물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난 여인이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쿵쾅거렸던 심장박동이 증거인데, 나의 피와 무의식 속에는 히피에 대한 미련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후, 이번 생(生)에서는 장수 좀 해보겠다며 낭만이 사라진 시대에 다시 태어났다. 

 알려진대로 <테이킹 우드스탁>은 1969년에 열린 어마어마했던 락 페스티벌, 우드스탁을 함께 만들었던 사람들을 담고 있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낡은 모텔의 부흥을 위해 작은 마을 화이트 레이크에 우드스탁을 유치한 엘리엇의 성장기를 중심으로, 무뚝뚝한 엘리엇의 부모가 해시시 브라우니를 먹고 빗속에서 낄낄대는 모습이나 천진난만하게 진흙탕에서 뒹구는 사람들, 머리에 꽃을 꽂은 경찰이 등장한다. 락 밴드들의 화려한 연주장면은 한 컷도 나오지 않은 채 멀리서 음악이 메아리처럼 들려올 뿐, 우드스탁의 현장감은 뮤지션들이 아니라 관중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낙관과 긍정의 힘이 가득한 현장을 보고 있자면 덩달아 설레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에서 라인업이 누구냐는 것보다도, 무슨 부스가 있고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관중으로 왔는지, 부대행사에 더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영화였다. 물론 우드스탁에 밥 딜런이 못 왔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지만, 반체제적인 극단원들이 훌러덩 옷을 벗어버리는 연극이나 주위 시선을 아랑곳 않고 풀숲에서 섹스를 하고 햇살을 받으며 나른한 춤을 추는 히피들을 보는 것 만큼은 아니었다. 히피들은 마을 주민들의 우려와는 달리 상점을 때려부수거나 물건을 훔치는 짓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드스탁 페스티벌 기간 동안 폭력사건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히피들은 타인을 해치는 사람들이 아니다. 가끔 약물과 도피로 스스로를 해치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엘리엇이 우연히 마주친 커플과 캠핑카 안에서 Love의 'The Red Telephone'을 들으며 색들의 마술적 흐름을 보는 장면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지만, 영화의 백미는 페스티벌 말미에 무대를 축으로 거대한 에너지가 퍼져나가는 장면이었다. 마치 북극의 오로라처럼. 







 솔직히 눈물이 날 뻔 했는데, 2010년에 사는 나로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지만 미칠 듯이 동경하는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비약을 무릅쓰고 표현한다면, 지산밸리의 관중들에게 무대의 스피커는 자신들의 이어폰이 크기만 커진 격에 불과했다. 이를테면 뮤즈가 올 때까지 무례하게 자리를 버티고 앉아있는 뮤저(이번에 알게 된 용어인데, 일종의 '뮤즈 신봉자')들. 우르르 몰려서 각자 열광하는 뮤지션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한 공연장은 '엠카'와 무엇이 다를까? 엠카를 폄하하는게 아니라,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더, 간접적으로나마 '우주를 느끼게' 해준 이안 감독에게 무한 감사를 보내게 된다. 

    





        





Love의 'The red telephone'은
무한반복 중





Sitting on a hillside       Watching all the people die                 I'll feel much better on the other side
I'll thumb a ride

I believe in magic         Why, because it is so quick             I don't need power when I'm hypnotized
Look in my eyes          What are you seeing (I see...)          How do you feel? (...you)
I feel real phony when my name is Phil                               Or was that Bill?

Life goes on here                          Day after day
I don't know if I am living or if I'm                  Supposed to be
Sometimes my life is so eerie                       And if you think I'm happy                     
Paint me (white)(yellow)

I've been here once                      I've been here twice
I don't know if the third's the fourth or if the -                          The fifth's to fix
Sometimes I deal with numbers                                            And if you wanna count me
Count me out

I don't need the time of day                     Anytime with me's OK
I just don't want you using up my time     'Cause that's not right                     

They're locking them up today                They're throwing away the key
I wonder who it'll be tomorrow, you or me?
We're all normal and we want our freedom
Freedom... freedom... freedom... freedom



Posted by 바라의낙타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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